업무상배임죄 공사 발주 담당자 책임

김이지나 qwer@qwer.com 조회수 1회 2026. 10. 15
회사나 기관에서 공사를 발주하는 담당자가 특정 업체에 유리하게 계약을 몰아주거나 공사 금액을 부풀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면 업무상배임죄가 문제 된다. 공사 발주는 금액이 크고 절차가 복잡해 담당자의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정당한 업무 판단과 부당한 특혜 사이의 경계를 두고 다툼이 자주 생긴다.
발주 담당자는 회사의 이익을 위해 가장 합리적인 조건으로 공사를 맡길 의무를 진다. 이 의무를 어기고 특정 업체에 이익을 주며 회사에 손해를 입히거나 손해의 위험을 만들었다면 임무 위배가 된다. 건설 회사, 공공기관, 아파트 관리 주체, 학교 법인처럼 공사를 발주하는 모든 조직에서 같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가장 흔한 유형은 입찰 과정의 조작이다. 특정 업체만 알 수 있도록 입찰 조건을 맞춤형으로 정하거나, 다른 업체의 참여를 막는 조건을 붙이거나, 다른 업체의 입찰 정보를 특정 업체에 미리 흘리는 방식이다. 형식은 경쟁 입찰이지만 실질은 처음부터 결과가 정해진 계약이 된다.
공사 금액을 부풀리는 유형도 있다. 실제 필요한 공사보다 범위를 넓히거나, 단가를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하지 않은 공사를 한 것처럼 정산하는 방식이다. 설계 변경을 반복해 공사비를 늘리면서 그 필요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면 의심을 받는다.
대가를 받은 경우에는 책임이 더 무거워진다. 업체로부터 금품이나 향응, 가족의 취업 같은 이익을 받고 특혜를 주었다면 배임과 함께 부정한 청탁을 받고 재물을 받은 책임이 별도로 문제 된다. 대가가 오가지 않았더라도 친인척이나 지인의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었다면 개인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것으로 평가된다.
공사 관리 단계에서도 책임이 생길 수 있다. 공사가 설계와 다르게 진행되는데도 검수를 소홀히 하거나, 하자를 알면서도 준공을 승인하거나, 업체가 청구한 금액을 확인 없이 지급했다면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회사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되면 손해가 된다.
반대로 책임이 부정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공사의 긴급성 때문에 수의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거나, 기술력 때문에 특정 업체만 공사를 할 수 있었거나, 공사비 상승이 자재 가격 변동 같은 외부 요인 때문이었다면 정당한 업무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 이를 주장하려면 당시의 검토 자료와 결재 과정을 보여 주어야 한다.
결재 라인에 있었던 여러 사람의 책임도 나뉘어 평가된다. 실무 담당자가 특정 업체를 추천했고 상급자가 검토 없이 승인했다면 상급자의 책임도 따져진다. 반대로 상급자의 지시로 실무자가 조건을 맞춘 것이라면 지시한 사람의 책임이 더 크다. 누가 어떤 의견을 냈고 누가 결정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각자의 책임이 정확히 가려진다.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다른 법률도 함께 적용될 수 있다. 공공 조달과 관련된 법령을 어긴 행위, 공무원의 직무 관련 범죄가 함께 문제 되며, 공사 업체 쪽은 입찰 방해나 담합 관련 책임을 질 수 있다.
수사가 시작되면 입찰 공고와 평가 자료, 계약서와 설계 변경 내역, 공사 일지와 검수 기록, 담당자와 업체 사이의 연락 기록이 집중적으로 확인된다. 담당자의 계좌와 가족의 계좌도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회사 입장에서 문제를 발견했다면 먼저 관련 자료를 보존하고, 외부 전문가의 공사비 검증을 받아 손해의 규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 추가 지급을 멈추고 계약 조건을 다시 검토한다.
하도급 구조에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원청 업체와 짜고 실제로 공사를 하는 하도급 업체에는 적은 금액을 주면서, 발주처에는 부풀린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발주 담당자가 하도급 관계를 알면서 원청의 청구를 그대로 승인했다면, 그 차액만큼 회사에 손해를 끼친 책임을 질 수 있다.
내부 고발로 문제가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같은 부서 직원이 이상한 계약을 신고하면서 감사가 시작된다. 이때 담당자가 고발자를 압박하거나 자료를 정리하려 하면 증거 인멸이나 보복으로 비쳐 상황이 더 나빠진다.
감사 결과 문제가 드러나면 회사는 징계와 함께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사안이 무겁다면 수사기관에 고발한다. 담당자는 감사 단계에서부터 자신이 내린 판단의 근거를 정리해 소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업무상배임죄 사건에서 발주 담당자의 방어는 결국 당시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를 문서로 보여 주는 데 달려 있다. 여러 업체의 견적을 비교한 자료, 업체 선정의 기준, 설계 변경의 필요성을 검토한 기록이 그 핵심이다.
평소에 발주 업무를 맡은 사람이라면 업체와의 개인적인 만남을 기록으로 남기고, 선물이나 접대는 정중히 거절하며, 상급자의 부당한 지시는 문서로 확인을 받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다.
투명한 절차가 결국 담당자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장치라는 점을 기억하자. 업체 선정 이유를 한 줄이라도 기록해 두는 습관이 나중에 가장 큰 힘이 된다. 기록이 없으면 정당한 판단도 의심을 받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