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변호사 진정 사건과 입건 전 조사
박현동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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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5
진정은 수사기관에 어떤 사실을 알리고 조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처벌을 원한다는 뜻을 담아 내는 고소와 달리, 진정은 사실을 알리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고 형식도 자유롭다. 수사기관은 진정을 받으면 범죄의 혐의가 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고, 혐의가 있다고 보면 그때 정식으로 사건을 입건한다.
입건 전 조사는 이 확인 절차를 말한다. 수사기관은 진정의 내용을 검토하고, 필요하면 관련자를 불러 사실을 묻거나 자료를 받는다. 이 단계에서 불려 가는 사람은 피의자로 조사받는 것이 아니어서 피의자에게 주어지는 고지가 없거나 간단한 경우가 있다. 그렇다고 이 단계의 진술이 가볍게 다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단계의 진술은 그대로 기록에 남는다. 사실 확인을 위한 면담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서류로 정리되고, 뒤에 입건되면 수사 기록에 들어간다. 가볍게 한 말이 나중에 피의자 신문에서 앞뒤가 맞지 않는 진술로 지적되는 일이 있다. 연락을 받은 순간부터 정식 조사와 같은 무게로 준비해야 하는 이유다.
연락을 받으면 먼저 무엇에 관한 확인인지를 묻는다. 누가 어떤 내용으로 진정했는지 모두 알려 주지는 않지만, 어떤 일에 관해 묻고 싶은지는 대체로 알려 준다. 그 범위를 알아야 관련 자료를 찾고 기억을 정리할 수 있다. 출석 날짜도 준비에 필요한 시간을 감안해 조율한다.
이 단계에서도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입건 전이라는 이유로 변호인의 동석을 꺼리는 경우가 있지만, 진술의 내용이 뒤에 그대로 쓰일 수 있는 만큼 동석을 요청하는 것이 좋다. 동석이 어렵다면 출석 전에 진술의 방향을 정리하고, 끝난 뒤 작성된 서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라도 도움을 받는다.
자료를 낼지 말지도 판단해야 한다. 혐의를 벗기에 충분한 자료가 있다면 이 단계에서 내는 것이 사건이 입건되지 않고 끝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자료의 의미가 애매하거나 다른 해석의 여지가 있다면 서둘러 내지 않고 사건의 윤곽을 먼저 파악하는 편이 낫다. 어떤 자료를 언제 낼지는 사안을 보고 정한다.
입건 전 조사는 수사기관이 혐의가 없다고 보면 종결된다. 이때 당사자에게 결과가 통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끝났는지 계속되는지를 확인하려면 담당자에게 물어야 한다. 반대로 입건되면 그때부터 피의자로서 정식 절차가 시작되고 피의자 신문이 이어진다.
진정을 낸 쪽에도 알아 둘 점이 있다. 진정은 고소와 달리 결과를 통지받을 권리나 불복할 수 있는 절차가 제한되는 경우가 있다. 처벌을 원하고 그 결과를 확실히 확인하고 싶다면 진정보다 고소의 형식을 택하는 것이 낫다. 다만 사실관계가 불분명해 처벌을 단정하기 어려울 때는 진정으로 확인을 요청하는 방식이 쓰인다.
진정이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이루어졌다면 진정을 받은 사람이 대응할 길도 있다. 다른 사람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거짓 사실을 신고했다면 무고의 문제가 될 수 있고, 진정의 내용이 퍼져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만 이 대응은 먼저 자신에 대한 확인 절차가 정리된 뒤에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직장 내부에서 시작된 진정도 흔하다. 회사의 감사나 내부 신고가 수사기관에 대한 진정으로 이어지는 경우, 회사 내부 조사에서 한 진술이 수사기관으로 넘어가기도 한다. 내부 조사 단계부터 진술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형사사건변호사는 입건 전 조사의 연락을 받은 당사자와 함께 확인의 범위와 예상 질문을 정리하고, 관련 자료의 유불리를 가린다. 출석 때는 동석하거나 사전에 진술의 방향을 맞추고, 끝난 뒤에는 작성된 서류의 내용을 확인한다. 입건 여부가 정해질 때까지 담당자와 소통하며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아직 사건이 아닌 단계라는 말은 아직 바꿀 수 있는 단계라는 뜻이기도 하다. 확인 절차에서 사실이 분명히 정리되면 입건 없이 끝날 수 있다. 연락을 받은 그날부터 정식 사건처럼 준비하는 것이 그 가능성을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