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죄형량 편취액 계산을 둘러싼 다툼
김이지나
qwer@qw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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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0. 15
편취액은 피고인이 속임수로 얻은 재물이나 이익의 크기를 뜻한다. 피해자가 입은 손해와 비슷해 보이지만 꼭 같지는 않다. 피해자가 건넨 돈 전부가 편취액이 되는 경우도 있고, 그 가운데 일부만 편취액으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흔한 쟁점은 돌려준 돈을 빼야 하느냐다. 피고인이 받은 돈 가운데 일부를 수익금이나 이자 명목으로 피해자에게 돌려주었다면, 그 부분을 편취액에서 공제할지가 문제 된다. 원칙적으로는 처음 받은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보고, 나중에 돌려준 돈은 피해 회복의 사정으로 따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반복된 거래에서도 다툼이 생긴다. 같은 피해자에게서 여러 차례 돈을 받고 일부를 돌려주는 일이 반복되었다면, 오간 돈을 모두 더할지, 실제로 피해자 손에서 빠져나간 차액만 볼지가 쟁점이 된다. 돈이 돌고 돈 구조라면 단순히 받은 금액을 모두 합치면 실제보다 훨씬 큰 편취액이 나올 수 있다.
대가를 일부 제공한 경우도 있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약속한 것보다 가치가 크게 떨어졌다면, 받은 돈 전체를 편취액으로 볼지, 제공한 가치만큼을 뺄지가 문제 된다. 판례는 속임수가 없었다면 거래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받은 돈 전체를 편취액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담보를 제공한 경우도 따져 볼 부분이다. 돈을 받으면서 부동산이나 물건을 담보로 맡겼다면 피해자의 실제 손해는 담보 가치만큼 줄어든다. 그러나 편취액 계산에서는 담보 가치를 빼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 부분은 양형 사정으로 따로 주장해야 한다.
여러 피해자의 피해를 합칠지도 중요한 쟁점이다. 피해자별로 따로 계산하면 특별법 적용 기준에 미치지 않지만, 모두 더하면 기준을 넘는 경우가 있다. 하나의 범행 의사로 여러 사람을 속였는지, 피해자마다 별개의 범행인지에 따라 합산 여부가 달라진다.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경우에는 계산이 더 어렵다. 돈이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거나 용역을 제공받은 경우처럼 이익의 크기를 숫자로 정하기 어려운 사건에서는 그 이익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이익을 구체적으로 산정할 수 없다면 특별법 적용이 어렵다는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수사 단계의 계산은 대개 피해자의 진술과 고소장에서 출발한다. 피해자는 손해를 크게 느끼는 만큼 금액을 넉넉히 적는 경향이 있고, 기억에 의존한 진술에는 오류가 섞일 수 있다. 그래서 피고인 쪽에서는 계좌 거래 내역과 영수증 같은 객관적 자료로 금액을 하나하나 검증해야 한다.
검증 작업은 표로 정리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날짜별로 받은 돈, 돌려준 돈, 제공한 물건이나 서비스, 피해자가 직접 쓴 비용을 나누어 적으면, 수사기관이 제시한 금액과 실제 흐름의 차이가 한눈에 드러난다. 차이가 나는 부분마다 근거 자료를 붙여 두면 의견서를 쓸 때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
편취액을 다투는 것과 혐의 자체를 다투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범행을 인정하면서도 금액이 부풀려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당한 방어다. 다만 이 주장이 반성하지 않는 태도로 비치지 않도록, 인정하는 부분과 다투는 부분을 분명히 나누어 설명해야 한다.
피해자와의 합의에서도 편취액 계산은 중요하다. 수사기관이 인정한 금액과 피해자가 요구하는 금액이 다를 때, 근거 자료를 토대로 실제 피해를 정리해 제시하면 합의 조건을 현실적으로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 피해자 역시 객관적인 정리를 보면 요구를 조정하기도 한다.
재판 단계에 이르면 공소장에 적힌 금액이 기준이 된다. 공소장의 금액이 수사 기록과 다르게 계산되었거나 일부 거래가 중복되어 있다면 공판에서 바로잡을 수 있지만, 수사 단계에서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재판에서 뒤집기가 훨씬 어렵다.
피해자 입장에서도 이 쟁점을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고소장에 금액을 적을 때 받은 돈과 돌려받은 돈을 정확히 나누어 적고, 근거 자료를 함께 제출하면 수사 과정에서 금액이 흔들리지 않는다. 과장된 금액은 오히려 진술 전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사기죄형량을 두고 다툴 때 편취액은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구체적인 숫자다. 그 숫자를 객관적인 자료로 정확하게 만드는 일이 수사 초기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작업 가운데 하나다.
계산이 복잡한 사건이라면 회계 자료를 다룰 줄 아는 사람과 함께 거래 내역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작은 계산 오류 하나가 적용 법률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금액에 대한 판단은 감정이 아니라 기록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자. 수사기관이 정리한 금액표를 받아 보았다면 그 숫자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거래 내역과 한 줄씩 맞춰 보는 수고를 들여야 한다. 차이가 발견되면 그 근거를 서면으로 정리해 제출하고, 조사 때도 같은 근거로 일관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정리는 피해자와 합의할 때도 현실적인 기준이 되어 준다.